Go Back to Mourning Heat(열곡(熱哭))(2024)
꼬리를 삼키는 연습 : Mourning Heat 리뷰
1. 들어가며하얀 세라믹 접시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철사 그리고 그 위에서 열을 내며 빨갛게 빛나고 있는 코일. 언뜻 보면 작은 조명 같아보이기도 하는 장치는 기다란 세라믹 파이프를 통해 '대신 울어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품의 설명에 따르면 '대신 울어주는 장치'는 전통 장례문화인 '대곡(代哭)'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현하였다고 한다. 하얀색 옷을 맞춰입은 퍼포머가 하얀 세라믹 파이프를 빨갛게 빛나는 코일 위로 감싸주는 순간 열원에 의한 대류와 공명을 통해 소리로 방출된다. 대금과 소금같은 관악기의 소리와는 사뭇 다른 그 소리는 퍼포머가 연기하는 감정들과 뒤섞여 누군가의 울음소리로 전달된다.
'솔'과 '라' 사이 온음과 반음 그리고 미분음 사이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나드는 울음소리는 온전한 것과 온전하지 않은 것 그리고 그 사이를 끝없이 순환하며, 삶과 죽음이 이분법적인 것이 아닌 끝없이 순환하는 것임을 청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2. 동양의 우주관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른 자조적 해석
눈을 감고 소리만을 감상하던 그 때, 하얀색 옷을 입은 퍼포머와 하얀색 장치 사이로 붉은 빛이 눈을 사로잡았다. 전시 서문에서는 단순히 '열'로 표현된 무언가. 그 무언가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전시 서문과 작가노트를 샅샅히 정독하였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빛에 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았고 소리가 나는 원리와 무(無)에서 소리가 생기고 다시 소멸하는 과정속에서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였다. 나는 무언가 비어보이는 의미를 채우기 위하여 자조적인 해석을 덧붙여보려고 한다. 하양과 빨강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검은 배경, 그리고 솔과 라 사이를 넘나들며 생성되었다 소멸되는 소리는 각각의 물성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순환하는 음양오행을 떠오르게 하였다.
동양에서는 토(土)•금(金)•목(木)•화(火)•수(水)의 오행(五行)이 온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오행은 음(陰)과 양(陽)으로 구분되어 목과 화는 양, 금과 수는 음 그리고 토는 음과 양이 공존하는 개념으로 존재하여 온 우주가 끝없이 순환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상적 기반은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오음(五音)으로 자리잡았으며, 황(黃)•백(白)•청(靑)•적(赤)•흑(黑)의 색채와 더불어 중앙(中)•서(西)•동(東)•남(南)•북(北)의 방위와 결합되어 오방색(五方色)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무언가의 의미를 먼저 '음양'의 관점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동양의 우주관에서 양에서 음으로 또 음에서 양으로 이동하며 끝없는 순환구조를 가진다는 점이 전시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바와 닮아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양의 순환적 측면에서는 아쉽게 그 무언가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청각적 측면에서 일치하는 점이 있어 공유 해보고자 한다. 앞선 글에서 본인은 솔과 라 사이 온음과 반음 그리고 미분음 사이를 넘나드는 울음소리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이는 음양적인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는데, 오음에서 '솔'은 '치(徵)' 라는 '우(羽)‘와 일치한다. '치'음은 '양'을 '우'음은 '음'을 상징하고 있는데, 솔과 라를 반복하며 생성되었다 사라졌다하는 울음소리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음양의 개념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다음으로 오행의 관점에서 무언가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꼬리를 삼키는 연습' 전시에서는 빨간색 열원이 하얀색 관을 만나 검은색의 배경과 동화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오방색에 대입해보면 남쪽에서 서쪽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이동하는 형상을 띈다. 이러한 방위의 변화는 나에게 태양의 이동을 떠올리게 하였다.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남쪽 하늘에서 왕성히 햇살을 전달하고 서쪽 하늘에서 황혼과 함께 어두운 북쪽 하늘로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삶과 비슷해서일까 태양은 예로부터 생명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3. 마치며
위와 같은 생각들을 마친 끝에 나는 빨간 불빛의 의미를 자조적으로나마 찾을 수 있었다. 낮은 조도의 환경에서 하얀 접시 위 도깨비불과 같이 공중부양을 하는 듯 보이는 그 불빛은 언젠가 생명을 지녔던 누군가의 혼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열이라는 이름의 혼이 대류하여 파이프를 공명하고 그것은 울음소리로 표현된다. 그 울음소리는 분명 대곡이라는 매개채를 통하여 흘러나오지만, 울음의 본질은 결국 '열'에 있다. 본 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된 울음소리, 그리고 실제 장례 현장에서 나왔던 울음소리 '대곡(代哭)'으로 표현된 모든 울음소리는 결국 실제 망자의 울음소리가 아니였을까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2024. 12. 25
이 상 현
이 상 현